고백하자면 나는 톱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문과생이다. 그런 내가 3.5평(약 11.4㎡) 합성목재 데크를 바닥부터 직접 다시 깔게 된 이야기다. 단순한 상판 교체인 줄 알았다가 어쩌다 전면 재시공까지 갔는지, 업체 약 500~600만 원 견적을 직접 약 215만 원으로 줄인 과정, 솔리드냐 중공형이냐로 며칠 고민한 상판과 아연각관 50×50 2.0T 골조, 그리고 AI(제미나이)가 일러준 ‘정석’을 형편에 맞게 거르며 우당탕탕 부딪힌 기록을 1편에 풀어 둔다.
핵심 요약
- 3.5평(11.4㎡) 합성목재 데크 전면 재시공 — 업체 견적 약 500~600만 원 → 직접 구매·셀프 시공으로 약 215만 원(절반 이상 절감, 용접 장비 포함).
- 상판: 25T 솔리드 합성목재(중공형보다 강도·내구·고하중에 유리).
- 하부 골조: 아연각관 50×50mm, 두께 2.0T(강성과 절단 작업성의 균형점).
- 결합: 무용접(브래킷+직결피스)으로 계획했지만, 시공 중 나사 체결이 고돼 멍에·장선부터 용접으로 전환(5편).
- 기초: 정석 50cm 피어 대신 약 20cm 굴착+기초석(동결융해 트레이드오프는 본문에 정직하게 고지).
멀쩡한 줄 알았던 데크가, 어느 날 발밑에서 부서졌다
처음 신호는 발밑의 ‘삐걱’이었다. 몇 해 잘 쓰던 3.5평(약 11.4㎡) 합성목재 데크를 밟는데 한쪽이 들뜨고, 자세히 보니 상판 보드 몇 장이 햇볕과 비를 번갈아 맞으며 뒤틀리고 끝이 부서져 있었다. 합성목재는 썩지 않는다더니, 영원한 건 아니었다. 그때만 해도 생각은 단순했다. “부서진 상판 몇 장만 같은 걸로 갈아 끼우면 끝나겠지.”

상판만 갈면 될 줄 알았는데 — 원리가 그렇지 않았다
상판만 새로 사러 알아보다가 멈칫했다. 보드가 뒤틀린 진짜 원인을 따져 보니, 문제는 상판 자체보다 그 아래에서 받쳐 주는 하부 구조에 있을 때가 많았다. 장선(받침목) 간격이 넓으면 사람이 디딜 때마다 보드가 처지며 변형이 쌓이고, 기초가 조금이라도 내려앉으면 그 위 모든 보드가 비틀린다. 즉 새 상판을 낡고 기울어진 옛 골조 위에 그대로 얹으면, 몇 년 뒤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부서진다.
결론은 분명했다. 한 번 손대는 김에 영구적으로 가려면 기초 → 하부 골조 → 상판 순서로, 바닥부터 다시 짜야 한다. ‘상판 교체’로 시작한 일이 ‘전면 재시공’으로 커지는 순간이었다. 돈이 더 드는 길처럼 보였지만, 반쪽짜리 수리를 두 번 하는 것보다 한 번 제대로가 결국 싸다고 판단했다.
업체 견적 약 500~600만 원, 그래서 직접 하기로 했다
전면 재시공으로 방향을 잡고 업체 견적을 받아 보니 업체별로 약 380만~600만 원이었다(가장 낮은 곳이 470만 원대, 가장 높은 곳은 600만 원). 고작 3.5평을 다시 까는 데 600만 원이라니. 금액을 뜯어보니 답이 보였다. 견적의 절반이 넘는 돈이 자재값이 아니라 인건비·출장·장비·마진이었다. 자재 자체는 직접 발주하면 200만 원대에서 끝날 규모였다.
견적 약 500~600만 원의 속을 갈라 보면
업체 견적에서 순수 자재는 대략 200만 원 안쪽이고, 나머지 약 300만~400만 원이 사람·장비·마진이다. 자재를 직접 사서 직접 시공하면 그 차액 상당 부분이 ‘내 시간’으로 치환된다. 자재 비중이 큰 작업일수록 직접 발주의 효과가 크고, 인건비 비중이 큰 작업일수록 직접 시공의 효과가 크다. 데크는 자재도 시공도 둘 다 무거운, 보기 드물게 DIY 효과가 큰 작업이었다. 실제로 이 프로젝트는 자재·공구·해외 직구를 합쳐 약 180만 원, 기초 자재와 (계획에 없던) 용접 장비까지 더해 약 215만 원에서 끝났다(영수증은 2편, 최종 결산은 5편).
물론 직접 하면 내 주말과 체력, 그리고 시행착오의 위험이 통째로 내 몫이 된다. 중간에 포기하면 자재는 환불도 어렵다. 그걸 다 감안하고도 남는 그림이라고 봤다. 같은 ‘견적을 뜯어보는 감각’은 1화 에어컨 호스 출장비와 4화 테슬라 충전기 자가설치에서도 똑같이 작동했다.
AI(제미나이)를 끼고, 그러나 곧이곧대로는 아니게
비전문가가 구조물을 짓는 일이라, 전 과정을 제미나이(Gemini)에게 물어 가며 진행했다. 공정 순서, 하중 개념, 빠뜨리기 쉬운 안전 포인트를 빠짐없이 짚어 주는 건 분명한 강점이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버릇이 있었다 — 너무 안전 위주, 너무 원리원칙, 극도로 보수적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기초였다. 제미나이는 “50cm 구덩이를 파고 PVC 파이프를 세운 뒤 콘크리트를 부어 피어 기초를 만들라“는 정석을 1순위로 권했다.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3.5평짜리 데크를 혼자 손으로 시공하는 현장에서 15개 자리마다 50cm를 파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고된 작업이었다. 그래서 정석의 ‘목적’은 받아들이되 ‘방식’은 현장에 맞게 바꿨다. 약 20cm만 파서 다진 뒤, 그 위에 기성 기초석을 앉히는 방식으로 조정한 것이다. (기초 공정의 자세한 이야기는 4편에서 다룬다.)
AI 조언을 현장에서 거르는 세 가지 기준
- 안전·구조에 직결되면 그대로 따른다. 하중, 절단 안전, 전도 위험 같은 항목은 타협하지 않았다.
- ‘정석’이 과하면 현장 규모로 조정한다. 50cm 굴착처럼 교과서 기준이 자가 시공에 과한 경우, 목적(침하·흔들림 방지)을 지키는 선에서 노동량을 줄였다.
- 모르면 한 번 더 교차 확인한다. AI 답을 제품 상세·시공 영상과 맞춰 보고, 최종 책임은 내 결정이라는 걸 잊지 않았다.
정직한 단서 · 약 20cm 기초는 일반적인 동결심도(약 50cm)보다 얕아, 정석 대비 겨울 동결융해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이는 자가 시공 노동량을 고려해 감수한 현장 판단이며, 일반 토사 지반이라면 정석대로 50cm 매립을 권한다. 1m 내외 고소 데크는 면적·높이에 따라 지자체 신고 대상일 수 있고 구조 안전과 직결되므로, 불안하면 시공 전 전문가 확인이 안전하다.
자재 선택 ① 상판 — 솔리드 vs 중공형 합성목재
자재 단계에서 가장 먼저 갈린 건 상판이었다. 합성목재 데크는 크게 두 종류다. 단면이 꽉 찬 솔리드(Solid)와 속이 빈 중공형(Hollow). 중공형은 가볍고 저렴해 넓은 면적에 매력적이지만, 충격과 고하중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장선 간격이 조금만 넓어도 처지기 쉽다. 단면(끝면)이 비어 있어 마감 처리도 한 단계 더 필요하다.
| 구분 | 솔리드(Solid) | 중공형(Hollow) |
|---|---|---|
| 단면 | 꽉 찬 구조 | 속이 빈 구조 |
| 강도·하중 | 높음(고하중·고소 적합) | 상대적으로 약함 |
| 무게·가격 | 무겁고 비쌈 | 가볍고 저렴 |
| 뒤틀림·내구 | 변형에 강함 | 충격·처짐에 취약 |
| 마감 | 끝면 깔끔 | 끝면 마감재 별도 |
나는 이미 한 번 상판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두 번 다시 같은 자리를 뜯고 싶지 않았기에, 비싸고 무겁더라도 강도와 내구가 앞서는 25T(두께 25mm) 솔리드를 택했다. 데크는 한 번 깔면 다시 들어내기가 가장 번거로운 구조물이다. 상판처럼 매일 밟고 가장 먼저 망가지는 부위에서는 초기 비용을 아끼는 게 길게 보면 손해였다.
자재 선택 ② 하부 골조 — 아연각관 50×50, 두께 2.0T
하부 골조는 처음부터 목재를 배제했다. 어차피 썩고 뒤틀리는 게 싫어서 데크를 다시 짜는 마당에, 받침 구조를 또 나무로 둘 이유가 없었다. 선택은 아연도금 각관(아연각관). 표면을 아연으로 입혀 부식에 강하고, 같은 단면이면 목재보다 변형이 훨씬 적다. 규격은 50×50mm, 두께는 2.0T(2.0mm)로 잡았다.
각관에서 ‘T’는 관 벽의 두께다. 두꺼울수록(2.3T·3.0T 등) 튼튼하지만 그만큼 무겁고 비싸며, 무엇보다 초보가 직접 절단하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너무 얇으면 강성이 부족하다. 3.5평·1m 내외 높이의 자가 시공 데크에는 50×50 2.0T가 강성과 작업성(무게·절단 난이도·가격)의 균형점이라고 판단했다. 무용접 브래킷 체결과도 잘 맞는 규격이었다.
막상 받아 보니 — 2M로 온 각관, 그리고 용접 불가
계획이 끝났다고 일이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두 가지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째, 각관이 2M 길이 단위로 재단되어 왔다. 멍에·장선·기둥은 자리마다 길이가 다른데, 2M짜리를 받았으니 결국 필요한 치수에 맞춰 내가 직접 잘라야 했다. 철재 절단은 처음이라, 본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자투리로 절단 연습부터 했다. 직각이 틀어지면 그 위에 올라가는 골조 전체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재단되어 온다”는 말과 “내 치수대로 잘려 온다”는 말은 전혀 달랐다.
철재 절단 안전 · 아연각관은 목공용 원형톱 톱날로 자르면 톱날이 깨져 파편이 비산할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반드시 고속절단기 + 금속용(메탈컷) 디스크로 자르고, 보안경·장갑·귀마개를 착용한다. 절단면은 종이처럼 날카로워 손을 벤다. 공구·절단 셋업과 안전 디테일은 3편 장비편에서 자세히 다룬다.
둘째, 나는 용접을 못 한다. 골조를 잇는 정석은 용접이지만, 초보가 2.0T 얇은 각관을 용접하면 구멍이 나기 쉽고, 아연 도금이 타며 나오는 증기는 ‘금속열(흄)’을 유발해 위험하다. 그래서 처음엔 제미나이의 추천대로 전용 브래킷과 화스너를 사서 나사(직결피스)로 조이는 ‘무용접 조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이 계획은 현장에서 뒤집혔다. 막상 기둥 첫 브래킷에 직결피스를 박아 보니 2.0T 강관 체결이 너무 고됐고, 결국 멍에·장선부터는 용접기(약 15만)+용접봉(약 10만)을 들여 용접으로 전환했다. 그 ‘계획 vs 실제’와 골조 시공·결산은 5편에서 정리한다.
그래서, 바닥부터 다시 짜기로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상판 교체가 전면 재시공으로 커졌고, 최대 600만 원 견적이 약 200만 원대 실지출로 바뀌었으며, AI가 권한 정석이 현장형 해법으로 조정됐다. 자재는 25T 솔리드 상판과 50×50 2.0T 아연각관으로 정했고, 절단은 직접, 결합은 무용접으로 가닥을 잡았다(다만 이 무용접 계획은 시공 중 용접으로 바뀐다 — 5편). 큰 그림이 서자 비로소 첫 삽을 들 수 있었다.
다음 편부터는 실제 숫자와 현장이다. 2편에서는 자재를 어디서 얼마에 샀는지 영수증을 그대로 펼치고, 3편에서는 절단·교반·측정 장비를, 4편에서는 20cm 기초석과 수평 잡기를, 5편에서는 골조(무용접 계획에서 용접으로 전환)부터 최종 결산까지를 다룬다. 비전문가가 AI를 끼고 기록한 이 과정이, 똑같이 부서진 데크 앞에서 수백만 원 견적서를 손에 쥔 누군가에게 ‘한 번 직접 해 볼까’의 근거가 되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주 묻는 질문 (FAQ)
3.5평 합성목재 데크 DIY 비용은 얼마인가요?
업체 견적은 업체별로 약 380만~600만 원이었지만, 직접 구매·셀프 시공으로 약 215만 원에 끝나 절반 이상을 절감했습니다(자재·공구 약 180만 + 기초·용접 장비). 견적의 절반 이상이 인건비·출장·장비·마진이었기 때문입니다.
데크 상판, 솔리드와 중공형 중 무엇이 나은가요?
강도·내구·고하중·고소 데크에는 솔리드(특히 25T)가 유리하고, 가볍고 저렴해 넓은 면적에는 중공형이 매력적입니다. 상판이 부서진 경험 때문에 25T 솔리드를 택했습니다.
데크 하부 골조 아연각관 두께는 몇 T가 적당한가요?
50×50mm 기준 2.0T가 강성과 절단 작업성(무게·난이도·가격)의 균형점입니다. 1.4T는 강성이 부족하고 2.3T 이상은 자가 시공에 무겁고 절단이 어렵습니다.
용접 없이 데크 골조를 만들 수 있나요?
이 현장은 무용접(브래킷+직결피스)으로 계획했다가, 2.0T 강관에 나사 수백 개를 박기가 너무 고돼 멍에·장선부터 용접으로 전환했습니다. 무용접도 이론상 가능하지만 체결 난도가 높고, 용접은 빠르고 견고한 대신 2.0T는 구멍·아연 흄 위험이 있어 환기·보호구가 필수입니다.
데크 기초는 꼭 50cm를 파야 하나요?
정석은 동결심도(약 50cm) 이하로 기초를 묻는 것입니다. 본 사례는 자가 시공 노동량 때문에 약 20cm 굴착+기초석으로 조정했고, 그만큼 동결융해에 더 취약할 수 있어 일반 토사 지반에는 정석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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